친구(親舊)가 완성해준 아름다운 선물(膳物)과 리무(Rimu) 가구(家具)(칼럼 이 동석, 2010년 9월 17일).
(2010년 9월 17일자 뉴질랜드 교민지 한국신문(유종옥 발행) 기고 칼럼).한국이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뉴질랜드이건 요즈음 사람들은 가정에서 취미생활로 DIY1)(Do It Yourself) 를 많이 한다. 특히, 뉴질랜드에서는 시간만 나면 사람들이 Garage(일명 차고 겸 작업실)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뚝딱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바로 DIY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DIY 제품을 사다가 만들거나 조립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 옆 동네에서 옆 동네로 집을 옮기게 되었는데 원목을 이어 붙인 두께가 꽤 있고 폭이 조금 넓은 집성목(集成木)2) 하나를 우연히 얻게 되었다. 목재에 관해서 문외한(門外漢)인 본인이 보기에도 무늬가 조금 예뻐서 집안에서 일반 받침대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해서 다용도용 이동식 탁자를 DIY로 하나 만들어 보기로 하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수십 년 전 학창시절 기술과목 시간에 배웠던 짧은 지식을 가지고 목공예 DIY에 도전하기는 그리 쉽지는 안했다. 원목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마디, 뒤틀림, 갈라짐 등 목재 특유의 결점을 분산시켜서 내외장로 많이 쓰이는 집성목으로 직접 DIY로 만들어 보겠다는 발상은 좋은데 공구를 구해다가 두꺼운 판을 자르고 다듬고 마름질하는 게 틈나는 대로 했지만 나무판이라는 게 칼로 두부 자르 듯 그리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마음과 뜻대로 정교하게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뉴질랜드 작업실 우리 Garage에서 2년여를 틈만 나면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면서 미완성으로 보내게 되었다.
특히, 뉴질랜드는 한국처럼 집안 거실이 마루가 아니고 천으로 된 카페트여서 무거운 짐을 놓는 용도가 아니라면 고정식보다는 아무래도 바퀴가 달린 것이 더 편리하고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되지 않을까 궁리 끝에 생각하고 만들기 시작한 터라 언제 가는 만들어서 거실에 굴러다니게 놓아야 하는데 늘 뇌리 속에 마음잡고 있었으며 항상 Garage에 미완성된 채 놓인 목판을 볼 때마다 마음의 한 구석에 깨름직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저녁 어느 때처럼 아코디언 연습을 악보를 바닥에 놓고 앉아서 하다가 그만 벽체 석고보드를 약간 건드리는 사고 아닌 사고를 쳐서 마음이 조금 상했다. 정말 내가 구상해서 만들고 있는 밀고 잡아당기면서 쓸 수 있는 저 다용도 탁자에 악보만 있었다면 벽을 건드리지 안했을 뗀데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문득 오클랜드 북쪽에 10여 년간 이 곳 뉴질랜드에서 장인정신으로 리무(Rimu)3)라는 나무로만 가구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형식으로도 만들어도 주는 친구가 떠올라서 이참에 마무리를 그에게 부탁해서 완성을
해야지 생각하고 전화를 주고 찾아갔다. 친구가 가구 재료로 쓰는 리무(Rimu)라는 나무는 어느 자료에 의하면 나한송과의 침엽수종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알려진 바와 같이 카우리(Kauri)와 함께 토종 대표 보존식물이며 이 곳 남섬 지역에서는 심재(心材)가 적갈색 내지 황색으로 매력적인 재색효과를 나타내는 외관 때문에 일명 붉은 소나무(Red Pine)로 불리면서 원주민 마오리 사람들에게 집과 가구 용도로 남벌(濫伐)되다 보니 지금은 보호수종으로 지정되어 정부 허가 없이는 채목(採木)을 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는 이젠 희귀 수종이다. 그래서 현재 이 곳 시장에서는 대체로 리무를 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가구는 당연히 일반나무 재료가구에 비해서 조금은 고가(高價)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뉴질랜드에 자생하는 보호수종 리무(Rimu)나무)
그리고 친구는 리무(Rimu)가구를 판매하는 매장과는 별도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방(工房) 및 창고를 가지고 있는데 이 곳에 원주민인 마오리들의 전통 구옥(舊屋)을 허물 때나 나오는 이런 희귀 리무목재를 잔뜩 구해다가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독특하게 옹고집으로 리무로 된 가구만을 손수 지금껏 수년간 만들고 있는 속칭 “리무(Rimu)전문 가구쟁이”인 샘이다. 아마 몇 년 후 이러한 친구가 뉴질랜드에서 리무가구 이민 1세 거목장인으로 탄생되지 않을까도 나는 감히 생각해 본다.
특히, 그는 유통에 있어서 뉴질랜드는 다민족(多民族) 소국가(小國家)이다 보니 대량생산이나 대량소비라는 시장경제 원리가 제조에는 잘 통하지 않는데 소수 특정계층을 위한 가구의 주문식 맞춘 소량 생산방식을 택한 틈새시장 경영방식도 잘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뉴질랜드 가구시장이 필자가 보기에는 이곳은 대부분 집들이 기본 붙박이장이 벽에 만들어서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가구나 인테리어에 대한 개념이 동양 사람들 보다는 관심이 덜 하는 것 같고 특히나, 뉴질랜드 사람들은 내부 일반가구에 있어서도 영국계통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신제품이나 새것이라는 제품의 고급화(高級化,Luxury)보다는 고대풍(古代風,Atique)을 더 선호하는 경향에,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재활용품(일명 Second-Hand)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어려운 비즈니스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직 이 한 분야에서 오늘날까지 또한 다년간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아무튼 이국의 땅 이곳에서 그 어렵다는 제조업을 10여년이상 묵묵히 잘 버티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 열심히 하며 신앙에 묻혀 살고 있는 그를 보면서 머리가 숙연(肅然)함이 느껴졌다.
한참을 생각하더니만 친구는 집성목판을 기계에 몇 번 더 겉면을 고르게 다림질하고 가공한 후 탁자 다리용도로 활용할 리무 각목을 주섬주섬 찾아와서 치수를 재고 자르고 해서 두어 시간 만에 못 자국 하나 밖으로 나오지 않고 누가 보기에도 사용하기 편하고 깔끔하게 만들어 냈다. 특히, 2년여 시간을 끌어도 완성을 못 시킨 탁자 하나를 가구장인'친구는 짧은 두 어 시간에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튼튼하고 무늬가 아름다운 희귀산 리무 다리위에 집성재 목
판을 얹어 놓은 바퀴가 달린 다용도 탁자로 변신해 주었으니 또한 고맙기 그 지 없었다. 종전에 두서너 번 잠깐 잠깐씩 옆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구 만드는 과정을 보거나 구경만 해보았는데 오늘따라 나는 그의 놀라운 손 솜씨 기술이 돋보여서 솔직히 더욱 부럽기도 하였다. 차량 뒤 트렁크에 싣고 집으로 오는 기분이 세상에서 천량만량 얻어서 억만장자가 되어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마지막으로 반나절 집에서 샌딩(Sanding)하여 칠을 하고 말려서 완성한 다음 집안에 들여다 놓고 여기저기 밀고 다니면서 놓아도 보고 악보 보조 용도로서 사용해 보니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짐직 만들어 활용해 볼 걸 요태까지 게라지(Garage)에서 지난날 청소할 때나 정리할 때면 온갖 고물 취급 받으며 집안 식구들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미 조립된 상태로 엉성하게 손질만 하고 있었던 지난날을 회상해 보며 친구에게 다시한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리의 인간도 미성숙이 완숙이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한 사회인으로서 활동할 때 존재성을 인정받는 것 같이 가구도 가구로서 완성이 되어서 제 용도가 되었을 때 가치로서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새삼 깊이 새겨지며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건전한 여가시간(餘暇時間) 활용 및 취미(趣味)로 DIY에 한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새로운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도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다.
필자(오클랜드 남부 파파쿠라 거주) : ldsci@hanmail.net
(용어해설)
1) DIY(Do-It-Yourself 약어) : 가정용품의 제작・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것. 개념은 1945년에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에 퍼졌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집 안팎을 공사할 수 있게 되어 1950년대에 들어 "Do It Yourself" 라는 구문이 일상에 쓰이게 됨.
2) 집성재(laminate lumber, 集成材) : 작은 목재를 종횡으로 이어 붙여 큰 목재로 만든 것. 목재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관련된 기술로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핑거 조인트라는 특수한 기술로 목재를 종으로 연결하고 횡으로는 접착제로 붙인다. 건조한 목의를 사용하기 때문에 뒤틀림이 적고 냉·온방 등에 강한 것이 특색.
3) 리무(Rimu, Dacrydium cupressinum) : 뉴질랜드에 자생하는 나한송과의 침엽수종으로 이 곳 뉴질랜드(뉴질랜드 토착나무) 남섬 지역에서는 Red pine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건조 시 심재는 적갈색 내지 황색으로 불규칙한 줄무늬에 심재와 변재 사이의 이행재가 뚜렷하게 나타나 호두나무(Walnut)나 티크(Teak)등과 같이 고급 가구목재로 활용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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