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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우리네 정원 자락에 활짝 핀 목련(木蓮)을 바라보며(칼럼 이 동석, 2012년 8월 30일).

활력의 여가생활/Digital 칼럼철

by Digitalnz 2012. 8. 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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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우리네 정원 자락에 활짝 핀 목련(木蓮)을 바라보며(칼럼 이 동석, 2012년 8월 30일).

       

목련(木蓮)은 꽃이 연꽃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선한 모습으로 나무에 피기 때문에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의미에서 목련(木蓮)이라고 일컬어졌다고 한다. 또한 목련꽃 봉우리의 모습은 붓을 닮았다고 하여 목필(木筆)이라고 하였으며 그리고 청조한 느낌에 아름다움을 주는 꽃들은 옥과 같고 향기 또한 난초 같다고 옥란(玉蘭)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가히 팔방미인(八方美人)의 품격을 가진 꽃이 목련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목련은 세찬 바람이 채 가시지 않는 화사한 햇빛의 이른 봄날에 슬며시 피어나는 꽃. 어쩌다 따스한 봄 햇살이 맑게 깔린 파란 뭉게구름 사이를 지나치면서 나뭇가지를 스치며 목련에 비추기라도 하면 핑크빛에 번쩍이는 듯 여덟, 아홉 겹의 목련꽃은 더욱 찬란하며 순박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넓은 달걀 모양에 어린 아이 손바닥만 한 핑크빛 목련꽃은 새색시 웃음보 터지듯 한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욱 아름답기 그지없이 우리에게 와 닿는 꽃이다.  

 

보통 꽃들은 올망졸망한 작은 것들이 피어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목련꽃은 이렇게 피는 꽃과는 달리 가지가지 꼭대기에 한 개씩의 커다란 꽃을 피우는데 고고함이나 순백의 색깔에 있어서는 다른 꽃들과 달리 도도함의 품격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또한 꽃 중의 꽃이 목련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아직도 목련나무 가지 끝마다 손가락 마디만한 회갈색의 부드러운 털로 두껍게 쌓인 채 덮여있는 피어나지 않는 목련화를 보면서 유난히 비바람이 세차고 모질었던 지난 겨울도 상상해 본다. 어려웠던 산고(産苦)를 이겨내고도 다시 찾아 온 봄기운을 만끽하지 못하고 아직도 동면(冬眠) 중이니 가련(可憐)하고 측은(惻隱)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우리 어릴 적 그 옛날 꽃다운 학창시절 4월이 되면 그리운 우리의 교정에는 순수한 노래만큼이나 가슴을 설레게 했었던 만개(滿開)한 목련꽃들이 많았다. 이 목련꽃들은 생기 발랄 했던 우리의 아름다운 10대 가슴을 더욱 벅차게 만들기도 하였으며 시심(詩心)에 사로잡혀 설레게 하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는 화사하게 꽃 방울을 떠 트리고 있는 목련꽃들을 보며 한 번쯤 우리는 4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 아래서...”를 목 놓아 불러 보았던 아름답던 그 어린 날의 추억들도 저마다 가슴깊이 고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8월말의 뉴질랜드는 슬그머니 소리 없이 찾아 온 이른 봄. 거실 유리창을 타고 따스하게 비추는 한 줄기의 햇빛은 겨울 내내 움추려 있었던 만물(萬物)들을 생동(生動)하게 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또한 이 때쯤이면 이곳에도 어김없이 많은 아담한 정원 한 컷이나 가로수 길에는 어느 세 만개하기 시작하는 목련꽃들을 많이 쉽게 볼 수 있다. 아처럼 여기저기서 탐스럽게 피기 시작하는 목련꽃들은 분명 오고가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락없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특히, 꽃을 가꾸고 보기 좋아하는 이 곳 사람들 속에 끼어 어언 10여년 이상을 같이 살다보니 우리도 이젠 목련꽃처럼 풍성한 꽃들을 보며 즐기는 스타일로 변하고 있는지 사시사철 꽃이 그리워짐을 이젠 항상 느끼곤 한다.     

 

오늘도 이른 아침 변함없이 우리네 정원 밖 저 멀리 동구 밭 과수원길 너머 철길 따라 달리는 새벽녘 기차소리와 정원 나뭇가지에 앉아서 지저귀는 참새들 소리에 이른 아침 선잠을 깨우니 창문을 열고 목련을 바라보았다. 이제 갓 두꺼운 회색 겨울 털오바를 벗어 던지면서 해맑고 청조하게 피어나고 있는 목련꽃 한 봉우리가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 준다. 이른 봄의 나뭇가지에 연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난 목련꽃은 참 아름다운 꽃이다. 

 

필자 : ldsci@hanmail.net(오클랜드 남부 파파쿠라 거주). 

 

(참고 자료) 1) 목련의 생태 연구(경북대 임산 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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